[노사연브리프 창간호(제1호)_2018-01_국내노동동향] 노동시간 단축과 노동조합의 과제

노사연브리프 제호:

글쓴이: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1. 장시간 노동실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연간 2,900시간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길었다.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되고 두 차례 법정 노동시간이 단축되자(48시간→44시간→40시간) 줄어들기 시작했다. 1987년 2,943시간(주56.4시간)이던 연간 노동시간이 2013년에는 2,201시간(주42.2시간)으로 742시간(주14.2시간) 단축되었다.

하지만 법정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소진된 2013년 이후 더 이상 줄지 않고 제 자리 걸음하고 있다. 2013년 2,201시간에서 2014년 2,240시간으로 증가했다가 2015년 2,228시간, 2016년 2,188시간, 2017년 2,176시간으로 조금 감소했을 뿐이다. 게다가 지난 30년 사이 실노동시간이 크게 줄어들었음에도, 한국의 노동시간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두 번째로 길다. 정부가 OECD에 보고한 한국의 노동자 노동시간은 2016년 2,052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연간 2,348시간) 다음으로 길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주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는 72만 명(3.6%)이고, 주36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는 319만 명(16.0%)이다. 주40시간을 초과해서 연장근로를 하는 사람은 996만 명(49.9%)이고, 법정 연장근로 한도인 주52시간을 초과해서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하는 사람은 300만 명(15.1%)이다. 과로사 기준인 60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93만 명(4.7%)이다([표 1] 참조).

 

2. 장시간 노동 원인

 

근로기준법 제50조는 주40시간을 초과하는 노동을 금지하고, 제53조는 당사자가 합의하더라도 주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행법이 허용하는 주당 최장근로시간은 52시간이다. 그럼에도 주52시간을 초과하는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자가 300만 명(15.1%)이다. 노동부 자료에 따라도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는 146만 명(9.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2016년)이다.

이처럼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데는 여러 원인이 맞물려 있다. 첫째,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범위)와 시행령 [별표 1]이 4인 이하 사업장을 근로시간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와 제63조(적용의 제외)가 여러 산업과 업무를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둘째, 정부와 재계는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탈법적으로 해석하고 운용해 왔다. 근로기준법 제53조가 연장근로 한도를 주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휴일근로는 연장근로 한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노동부 해석이 탈법적인 장시간 노동을 합리화하는 근거로 악용되어 왔다.

셋째, 근로기준법 제56조(연장·야간 및 휴일근로)는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에게 장시간 노동을 보상함과 동시에, 사용자에게 부(-)의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억제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하지만 노동부는 그동안 지침으로 통상임금 범위를 대폭 축소함으로써, 사용자에게 장시간 노동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다.

넷째,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교대제는 노동시간을 조직하는 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조(팀)를 나누어 조(팀)별로 교대하여 24시간 작업을 하게 함으로써, 개별 노동자들의 노동시간보다 사업체가 더 긴 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교대제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표준노동시간에 가깝고, 주48시간 이상 근무하는 비율도 낮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교대제, 특히 낡은 교대제인 2조 격일제, 2조 2교대제, 3조 3교대제, 3조 2교대제가 일상화된 휴일근로와 맞물려 장시간 노동을 구조화하는 온상이 되고 있다.

다섯째, 노사담합도 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는 한 원인이다. 기업은 신규 채용보다 연장근로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저임금 노동자들도 연장근로를 통한 임금소득의 증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동시간 최저기준은 인권에 관한 문제이고,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수적이므로, 경제적 고려에 따른 노사담합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

여섯째, 그동안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원에서 기업이 법을 어겨도 눈을 감아주는 사례가 많았다. 법을 어겨도 벌칙을 적용받는 사례가 거의 없다 보니, 일단 안 지키고 보는 관행이 널리 형성되었다.

 

3. 노동시간 단축의 의의와 기대효과

 

노동시간을 단축하면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되고 여가생활이 늘어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가능해지고, 노동자의 건강이 개선되며, 산업재해가 줄어든다. 고용의 유지·창출이 가능하고 생산성도 증가한다. 삶의 질이 개선되고 내수가 진작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고 저성장 시대에도 일자리를 지키고 늘릴 수 있다. 

취업자 수는 1980년 1,368만 명에서 2015년 2,594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은 1988년 주55.8시간에서 2015년 주43.6시간으로 주당 12.2시간 감소했다. 노동총공급(취업자수 × 주당 노동시간)은 1980년 7.4억 시간에서 1996~97년 10.9억 시간으로 증가한 뒤, 2001년(10.9억 시간)부터 2015년(11.3억 시간)까지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2000년대에 주40시간(5일) 근무제로 노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취업자 수가 훨씬 적었을 것임을 말해준다.

 

4. 근로기준법 개정 주요 내용

 

지난 2월 말 국회 본회의는 주52시간 상한제, 공휴일 유급휴일 보장,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26개→5개)를 주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5인 미만 사업체와 특례산업(근기법 제59조), 적용제외 산업(근기법 제63조)은 연장근로 제한 법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서 5인 미만 사업체와 특례산업, 적용제외 산업을 제외하면, 주52시간을 초과하는 장시간 노동자가 96만 명(11.8%)이고, 이들이 주52시간을 초과해서 일한 노동시간은 모두 648만 시간이다. 주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되면 연간 노동시간은 42시간 줄고, 새로운 일자리가 13~16만 명 늘어날 수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연간 노동시간은 68시간 줄고, 새로운 일자리를 30~39만 명 늘릴 수 있다([표 3] 참조).

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체와 공공기관은 2018년 7월부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20년 1월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체는 2021년 7월부터 주52시간 상한제가 적용된다. 30인 미만 사업체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노사합의로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된다. 따라서 [표 3]에서 추정한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창출 효과는 한꺼번에 나타나기보다는 앞으로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둘째, 흔히 달력에 빨간 날을 노동자들이 쉬는 날로 생각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에게 적용되는 공휴일에 관한 법률은 없다.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만 있을 뿐이다. 관공서 이외의 공기업이나 민간기업에서는 관행상 이 규정을 준용해서 휴일로 사용할 뿐이다. 단체협약 등으로 미리 정해 놓지 않는 한, 민간부문에는 공휴일에 쉬어야 할 법적 의무나 권리가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설 3일, 추석 3일,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어린이날, 현충일, 1월 1일, 석가탄신일, 기독탄신일 등 달력에 빨간 날은 유급휴일이 보장될 전망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300인 이상 사업체는 2020년 1월부터, 3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체는 2021년 1월부터,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체는 2022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셋째, 법률상 무제한적 장시간 노동이 허용되는 근로시간 특례업종은 26개에서 5개로 축소되었다.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기타운송서비스업, 보건업 5개 업종만 특례업종이 유지되는데, 이들 업종에 대해서도 무제한적인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해 9월부터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실시한다.

 

 

5. 노동조합의 과제

 

개정된 근로기준법 조항은 한국 사회에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을 축소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촉진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등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이 있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따라서 당장은 있는 법이 제대로 지켜지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이들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고, 연장근로 안 하기, 연차휴가 다 쓰기, 칼 퇴근 문화 조성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4인 이하 사업장과 근로시간 특례업종, 적용제외 부문 등 근로시간 법제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11시간 연속휴식시간제를 전 산업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산업의 특성에 따라서는 주4일제, 고령자 점진적 은퇴제도, 전환형 시간제 등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