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 노동조합 조직화 추세와 경로, 그리고 함의

한국산업노동학회 2017년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미완성 원고이므로 인용을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요약----------

정부 통계인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와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그리고 한국노총 및 민주노총의 『사업보고서』 조직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 노동조합 및 조합원의 규모와 구성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변화의 방향과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1990년대와 2000년대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소폭이지만 반등하여 증가하고 있다. 경활부가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4%(194만 5천 명)였던 한국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5년에는 12.3%(237만 9천 명)로 약 0.9%포인트(43만 4천 명)가량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는 다소 다르지만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서도 유사한 방향의 변화가 확인된다.
둘째,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전통적인 정체성 기반이 약화되고 있거나 이를 대체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경활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조합원 증가 속도는 △성별로는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산업부문별로는 ‘기타 서비스업’, 특히 공공·국방·사회보장행정과 교육서비스업에서, 그리고 △직종별로는 사무 종사자와 판매 종사자, 특히 ‘여성 서비스 종사자’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요컨대 여성/고연령층/공공·교육/사무·서비스직 노동자의 증가 추세가 상대적으로 더 빨랐다. 즉, ‘남성/중년층/제조업/생산직’이라는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전통적인 정체성 기반을 약화하거나 대체하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총연합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별노조가 부상하고 있다.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노동조합 증가 속도는 △조직 규모별로는 100인 미만 소규모 노조에서, △총연합단체별로는 상급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 노조에서 두드러졌다. 한편, △조직 형태별로는 지역·업종별노조,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보다 더 빨리 증가했으나,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업별노조의 수가 다른 유형의 노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2010과 2015년 사이 가장 빠르게 증가한 노조는 ‘총연합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소규모 기업별노조’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추세에는 2010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제도의 실시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측된다.
넷째, 노조 수의 증가와 조합원 수 증가의 연동이 약화되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201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한 것은 100인 미만 소규모/미가맹/기업별노조이지만, 이 시기 조합원 수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500인 이상 대규모/산별노조였다. 즉, 전자의 노조들이 향후 노동조합운동에 미치는 영향력은 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양대 노총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과 2015년 사이 한국노총에서는 1만 명 미만의 소규모 산별단체에서 조합원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고, 민주노총에서는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 등 5만 명 이상의 대규모 산별단체에서 조합원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공공운수노조와 서비스연맹에서 조합원 증가를 주도한 것은 2011년 이후 전국적으로 조직화가 활성화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다음 절에서는 2010년 이후 노동조합 조직화의 동학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조직화 경로를 분석할 것이다.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 사례를 비슷한 시기 이루어진 제조업 생산직 조직화 사례와 비교하여, 이러한 방향의 변화와 추세가 한국 노동조합운동에 주는 함의를 도출할 것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영향권에서 형성된 모델에 따른 제조업생산직의 조직화 사례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공공서비스직의 조직화 사례를 비교한 결과, 조직화 모델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첫째, 두 모델은 서로 다른 ‘공간적 특성’을 가진 노동현장을 전제로 형성되었다. 이를테면 제조업생산직의 조직화 모델은 문화와 규범을 공유한 동질적인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정주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하나의 노동현장(밀도 높은 근거리 공간)을 노동조합이 장악하기 위한 모델이다. 반면 공공서비스직 조직화 모델은 분산돼 있으며 이질적인 문화와 규범의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복수의 노동현장들(밀도 낮은 원거리 공간)에 노동조합이 침투하기 위한 모델이다. 예컨대 학교들은 분산돼 있으며 개별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100인 미만이고, 교원, 행정직원, 회계직원 등 서로 다른 규칙을 적용받는 직종들로 구분된다. 2010년 이전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적용된 전자의 조직화 모델, 이를테면 ‘계약 해지된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세워 단체행동을 하고 노동현장을 장악하기’가 전혀 성공하지 못했던 것은 이러한 공간적 특성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둘째, 제조업생산직 조직화 모델에서 조직화의 계기는 일반적으로 환경 변화에 따라 수동적으로 형성되는 반면, 공공서비스직 조직화 모델에서는 조직화의 계기를 미리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제조업생산직 노동현장의 노동조건 및 노동통제는 상품시장과 경영방침에 따라 변화한다. 시장 상황과 경영진의 판단은 수시로 변화하며 그 방향을 노동자가 미리 알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것들의 변화가 노동조건이나 노동통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공개적이고 불확정적이다. 그러므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동조합이라는 ‘위험한 수단’을 미리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반면 공공서비스직의 노동조건과 노동통제는 명문화된 법제도 및 정책, 행정지침 등에 따른다. 이에 대한 변화의 추구는 공개적으로 이뤄지며, 또한 제도적 절차에 따라 계기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공공서비스직의 노동자들은 예정된 선거나 정책 변화에 개입하기 위하여 미리 노동조합을 조직화할 수 있다.
셋째, 제조업생산직 조직화 모델에서 초동주체들은 일반적으로 노동현장 내부의 비공식적인 근거리 관계망에 속에서 출현한다. 반면 공공서비스직 조직화 모델에서는 공식적인 원거리 관계망에 속에서 초동주체가 출현하는 것이 효과적인 조직화에 기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공장에서 노동조합 건설은 비밀리에 추진된다. 사용자와 관리자의 사전 개입과 차단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건설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초동주체들은 노동현장 내부 ‘개인적 평판’을 기초로 동료를 확대해간다. 동질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공장에서, 개인적 평판은 일반적으로 지연, 학연, 혈연 등 미시적이고 비공식적인 연결망에 따라 형성되고 확산된다. 그러므로 조직화 초동주체들의 확산도 마찬가지다. 반면 공공서비스직의 사업장은 소규모이고 분산돼 있다. 또한 사업장 내부에는 서로 다른 규칙을 적용받는 직종의 노동자들로 구분돼 있다. 그러므로 B노조에서 학교급식조리사협회가 했던 것처럼, 분산된 사업장들을 연결하는 특정 직종의 연결망이나 조직이 노동조합 조직화에 우선적으로 나설 때 보다 포괄적인 스케일의 조직화가 가능해진다.
넷째, 제조업생산직 조직화 모델에서 노동조합의 의제 설정과 공론화 과정에서는 ‘전투’ 프레임이 가장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공공서비스부문 조직화 모델에서는 ‘권리’ 프레임이 가장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제조업생산직의 노동현장은 직접적 상호작용이 자주 발생하는 ‘대면적 장소’의 성격이 강하다. 때문에 노동자들은 노동조건과 노동통제를 지배하는 규칙의 결정이 추상적 규칙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인사관리자나 대표자 등 특정한 ‘인격적 주체’에 따라 이뤄진다고 여길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동조합 조직화는 사용자가 독점해왔던 노동현장의 규칙 결정권과 물질적 자원의 일부를 노동자들이 가져가는(빼앗는)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러므로 사용자가 노동조합에 비협조적일 경우, 조직화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노사관계는 ‘사용자와의 전투’로 은유될 가능성이 높다. ‘근거리 공간에서 노사 간 전투’에 필요한 것은 노동현장 외부의 지지(공공성)나 승인(합법성)이 아니라, 현장 장악력(대표성/조직력)이다. 반면, 공공서비스직의 노동현장은 제도적 공간의 성격이 강하다. 즉, 노동조건을 정하는 규칙이 명확하고 공개적이며, 또한 직종에 따라 규칙이 다르다. 이에 따라 조직화에 나선 노동자들은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동료와 동일한 제도를 적용받을 권리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공공서비스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적용되는 자원은 누군가가 독점하고 있던 것이 아니라, 국가의 예산, 즉 국민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공재’이다. 그러므로 공공서비스직 노동자들은 조직화를 사용자로부터 자원을 빼앗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공공재에 참여할 권리를 인정받는 것’이라고 우선적으로 여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에는 외부의 지지와 승인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해진다. 상대적으로 시민사회와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층적인 관계구조의 형성을 중요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공공서비스직 조직화 모델은 제조업생산직 조직화에 있어서도 변형되어 적용될 수 있다. 지금까지 제기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의 영향 아래 만들어진 제조업생산직 조직화 모델은 사실상 300인 이상 사업장, 그리고 유동성보다는 정주성이 상대적으로 큰 자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형성됐던 소규모 사업장의 기업별노조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부분 사라졌다. 2015년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은 0.1%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은 2.7%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은 12.3% △300인 이상 사업장 조직률은 62.9%였다.
또한 A노조 사례가 보여주듯, 다국적기업의 노동현장에서 조직력만으로 노조를 건설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분산돼 있는 소규모 중소영세기업 사업장들을 초기업단위로 조직화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동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초국적기업 사용자들을 상대하는 조직화 모델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학교비정규직 노조들의 건설로부터 형성된 공공서비스직 조직화모델에서 교훈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금속노조의 산업단지 중소영세기업 조직화 사업단은 대부분 ‘권리’를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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