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유연화

-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은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이 결합된 디지털화를 ‘4차 산업혁명’이라 이름 붙이면서 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그 실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으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독일 정부가 디지털화를 중심으로 다가올 산업의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수립한 ‘산업 4.0(Industrie 4.0)’에서 시작되었다고 추측한다. 2011년부터 독일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제조업 활성화 프로젝트 ‘산업 4.0’은 디지털화가 산업에 미칠 영향과 이로 인해 일어날 산업 현장의 변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 
 
디지털화로 인해 산업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화한다고 했을 때 우리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노동의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노동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프레이 & 오스본의 연구에 따르면 20년 이내에 지금 일자리의 47%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 없는 스마트 공장이 생길 것이고, 자동차 자율주행으로 무인운송시대가 열릴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회계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도 대체될 것이라고 그들은 전망한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간의 노동력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되므로 대량 실업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작업 현장에 도입되는 인공지능 로봇이 작업의 주도권을 갖고 노동자들을 부속품처럼 컨트롤 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빅데이터와 디지털화된 기계로 노동자들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할 것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노동자들은 실직의 두려움과 생존에 대한 불안으로 몸을 바짝 낮추게 되고, 인간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기계를 다루면서 사용자의 무리한 요구들을 거절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독일의 ‘산업 4.0’과 우리나라의 ‘제조혁신 3.0’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이 이슈화되면서 정부는 ‘제조혁신 3.0’을 발표하였다. 독일과 비슷하게 제조업이 중요한 우리나라도 스마트 공장을 세우고 생산과정을 디지털화하면서 세계적인 변화에 발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나온 주제는 ‘디지털화로 인한 노동의 유연화’이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 IMF 경제 위기, 국제금융위기와 같은 변화가 생길 때마다 늘 그랬듯이 정부와 사용자는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노동의 유연화를 주장해왔다. ‘노동의 유연화’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산으로 인한 고용불안, 저임금과 같은 문제를 낳는다. 이는 자본에게만 유리하도록 기획된 단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독일 정부는 ‘산업 4.0’을 발표하여 제조업 혁신을 주도함과 동시에 변화하는 산업환경에 맞춰 노동의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 2016년 ‘노동 4.0(Arbeit 4.0)’을 발표하였다. ‘노동 4.0’은 정부 주도 하에 이해당사자인 사용자와 노동조합이 사회적 파트너십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양질의 노동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200차례나 영화제를 열고, 185회의 토론회를 통해 ‘우리는 미래에 어떻게 일하기를 원하며 그것을 위해 어떤 새로운 규정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토론하였다. 이 과정에서 독일 정부는 노동자와 시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변화하는 미래의 노동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였다. 독일 정부가 ‘노동 4.0’에서 하고 있는 것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 중심의 기술 개발’이다. 목표도 계획도 없이 앞으로만 나아가는 기술개발의 뒤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사람 중심의 기술개발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사용자, 노동조합, 노동자평의회 및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서로를 설득시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프로세스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되어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모든 회의나 프로젝트에서 주요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이 배제되어 있는데 이는 매우 큰 문제이다. 또한 언론에서 심심치 않게 미래에 사라질 직업이 나열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바탕으로 진행된 연구나 조사는 미흡하기만 하고 노동자,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높아져 가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 중심의 노동 유연화의 필요성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노동자가 원하는 유연성은 ‘개인의 시간주권’을 강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사회는 과거와 달리 경제·사회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노동자들이 원하는 고용 형태나 노동조건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고,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 또한 평생고용의 가능성이 점차 줄어들면서 직장생활을 통해서 소속감을 느끼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던 문화는 사라지고 개인적인 관심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기술로 지속적인 재교육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많은 노동자는 일과 개인생활의 조화를 위해 유연한 노동시간과 재택근무의 기회를 원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개인의 권리를 법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노동시간선택법이다. 이 법은 공동결정 제도를 갖추지 못한 조직의 노동자를 포함하여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데 목적이 있다. 핵심요소는 모든 노동자에게 자신의 근무 장소 뿐만 아니라 계약상 노동시간의 길이와 일정을 변경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긴급한 경영상의 이유로만 이러한 변경 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 
 
어떠한 자본가도 자신의 이윤을 포기하고 변화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공공의 이익이 아닌 개인 또는 자본가 집단의 이익만 바라는 이들이 주도하는 세상에서는 다수가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기술과 사회가 변화한다면 노동도 변화해야 하며 그 변화의 중심에는 노동을 하는 사람 즉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 로봇은 세금을 내지 않고 소비를 하지 않는다. 노동현장이 이러한 로봇으로 대체되고, 잉여자본이 지금처럼 자본가에게만 분배되었을 때 우리사회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미 양극화된 여러 사회를 통해 알 수 있다. 독일의 ‘노동 4.0’에서 다루고 있는 대부분의 주제는 독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산업화된 대부분의 나라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이며 특히 우리나라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생각해볼 때 많은 시사점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을 생각해보고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 유연성을 지금까지 사용자가 주도하였다면 이제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것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노동조합은 이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고 그 계획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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