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느는데… 정신보건노동자 수 '제자리': 세계일보(05.30)

 
개정 정신건강복지법 30일 시행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재활에 초점을 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30일부터 시행되지만, 정작 이들을 담당할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의 근무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중증정신질환자는 1만2553명으로 2014년 4764명에 비해 약 2.6배로 늘었다. 그러나 이들을 담당하는 센터의 인원은 2014년 314명, 지난해 315명으로 비슷한 규모다. 같은 기간 지원 예산은 77억3743만원에서 78억1775만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정신간호사·정신임상심리사·정신사회복지사)은 인력충원과 고용안정 모두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 개정 이후 전문요원들은 정신질환자 퇴원·퇴소 전 상담부터 정신질환자 직업재활, 평생교육 등의 업무까지 맡게 된다. 
 
서울시가 이날 개최한 ‘정신건강복지법 연석회의’에 참석한 동대문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한 전문요원은 “관내에 대형정신병원이 있어서 퇴원·퇴소 대상자 상담과 입원심사 업무 때문에 중증질환자 사례관리에 집중하지 못한다”며 인력 충원을 요구했다.
 
기간제와 시간선택제 임기제의 불안정한 고용구조는 전문요원들의 업무 연속성을 떨어뜨린다. 2016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서울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의 평균 근속기간은 3.9년으로 동종업계 평균보다 2년가량 짧았다. A구 정신건강복지센터를 3년째 이용해 온 김명옥(54·여·가명)씨는 “그동안 담당 전문요원이 3명이나 바뀌었다”며 “매번 왜 우울증을 앓는지를 이야기하면서 치부를 드러내야만 했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중증정신질환자 관리 업무는 위험성도 높으면서 동시에 전문성도 요구된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처럼 중증질환자 관리는 시민의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이들의 고용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올해 민간위탁에서 보건소 직영 방식으로 바꾼 일부 자치구에서는 전문요원들의 근로환경이 열악해지기도 했다. B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일했던 박지은(29·여·가명)씨는 “구에서 직영으로 바꾸면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경력을 인정하지 않고 시간선택제임기제의 가장 낮은 단계인 ‘마급’으로 계약하자고 요구했다”며 “서명한 근로계약서를 주지도 않고 초과근무도 인정되지 않아 지난해 일하던 전문요원 중 대부분이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권미경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시비 매칭사업으로 시와 구에서 각각 절반의 예산을 지원하다보니, 근무조건에 따라 추가로 예산을 투입하는 등의 불편한 문제는 서로 떠넘긴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요원의 고용환경과 복지센터 내실화를 위해 자치구와 센터장, 노조 등이 모인 협의체에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110개의 정신재활시설 등 146개의 기관과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와 같은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해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적응과 재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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