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면 필기, 기능, 주행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도로교통이 복잡해지자 면허시험도 까다로워졌다. 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규칙들이 있다. 안전운전, 서행, 보행자우선, 그리고 양보이다. 보행자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거나 막무가내로 차도를 무단횡단 하더라도 운전자는 도로에서 벌어질 돌발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행여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돌발 상황이 중대한 교통사고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평상시에 이런 규칙들을 몸에 익혀야 한다. 운전의 기본원칙 중 으뜸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운전면허 시험 준비를 하면서 문득 ‘기본에 충실하는 삶’, ‘상식에 맞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마지막 항해를 마쳤으나 세월호는 미수습자 수습과 원인규명 등 길고 긴 새 여정을 앞두고 있다. 그 가운데 기간제교사였던 김초원 교사와 이지혜 교사의 순직인정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두 교사는 그저 교사로서의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다 희생되었는데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처리를 하지 않는 상식에 맞지 않는 행위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세월호에 탑승한 교사 11명 중 정교사 7명은 공무원연금법상 순직처리 되어 그에 준하는 보상과 대우를 받지만 두 기간제 선생님은 순직이 아닌 산재사고 피해자라는 것이다. 그런데 기간제 교사는 기본법 성격의 법률인 ‘교육공무원법’에서 ‘기간제교원’으로 분류된다. 
 
좀 더 살펴보면, 교육공무원법 32조(기간제교원)는 기간제교사에게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부여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임용, 처우 등에서 많은 차별을 담고 있는 모순적인 조항이다. 동법 32조 3항에서는 동법 제43조부터 제47조까지, 제49조부터 제51조까지,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제70조, 제73조, 제73조의2부터 제73조의4까지, 제75조, 제76조, 제78조, 제78조의2, 제79조, 제80조, 제82조, 제83조 및 제83조의2 등 권익과 신분보호와 관련하여 하나의 법 조항에 무려 23개의 비적용 조항을 병기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기간제교원은 제43조인 교권의 존중과 신분보장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식이다.
 
두 교사는 정교사가 아님에도 담임으로서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선생님의 가장 익숙하고 상식적인 교사생활을 하였지만, 그들의 생전의 지위와 신분은 전혀 상식적이지 않았으며 심지어 사후까지 연장되었다. 상식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인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다. 정부가 그러한 행태를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법을 집행하는 관계 공무원들이 일반적인 부류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낸다. 직업으로서의 공무원은 높은 진입경쟁으로 이미 특권화 되고 있다. 둘째는 서로 다른 상식세계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 중 한 부류일 가능성 때문이다. 혁명은 전위(Avant-garde)가 이끌고 유혈과 희생을 동반하는 것이(지금도 진행 중인) 역사적 진실일 수는 있어도 진리는 아니라는 것을 촛불혁명은 보여주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너무도 상식적인(?) 방식으로 혁명(!)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또 다른 상식이 탄핵반대를 주도하는 것을 보았다. 한 때는 상식으로 보였던 지배이념은 낡고 왜곡되어 반상식, 비상식으로 본질이 드러났음에도 애국집회 참가자에게는 상식의 세계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공동체사회에서 사람의 생명(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고 기본을 지키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나 상식이다. 두 교사의 순직 인정은 박탈당한 노동 시민권을 돌려주는 것으로서 갑론을박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거부한다면, 우리는 차별적이고, 낡아버려 이제는 비상식적이 된 규칙과 행태를 걷어내고 새로운 상식을 만들고 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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