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못먹고 주 70시간 일해”택배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 경향신문(12.04)

 
“사람답게 홀로 야식이 아닌 가족과 저녁을 먹었으면 합니다.” “택배 기사라는 직업이 아직도 창피합니다.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됐으면 합니다.” 
 
10명 중 4명은 점심시간도 없이 일을 하고, 7명은 주 70시간 이상 노동에 시달린다. ‘휴식시간’을 가져본 적은 거의 없다. 택배업계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에서 일하는 택배기사들이 증언한 근무 현실이다. 4일 ‘CJ대한통운 택배기사 권리찾기 전국모임’은 택배노동자들의 근무조건 실태조사 결과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전국 CJ대한통운 택배기사 307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택배기사가 택배업체가 직접 고용한 노동자가 아니라 이른바 ‘특고’라 불리는 ‘특수고용노동자’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학습지 교사, 야쿠르트 판매원 등과 마찬가지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대표적인 직종이다.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지적은 그동안 많았지만, 노동자들 스스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택배기사들은 대개 ‘영업소’라 불리는 대리점에 소속된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택배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자신을 개인사업자라고 느끼는 택배기사들은 극소수였다. 권리찾기모임 설문조사에서 자신을 ‘사장’이라고 답한 택배기사는 4.3%에 불과했고 ‘사실상 CJ대한통운에 속한 노동자’라는 답변이 81.9%에 달했다. 설문 문항에도 없는 ‘노예’라는 답변을 써낸 기사들도 있었다.
 
‘기업 대 개인사업자’라는 일견 수평적으로 보이는 계약구조 속에서 노동조건이나 임금 문제, 안전사고 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희석된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택배기사들은 장시간 노동, 식사·휴식시간 미보장 등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당하고 있었다. 응답자 75%가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주 90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답변도 17.5%에 달했다. 근로기준법 기준인 주 40시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치이다. 대부분의 택배기사가 오전 7시 이전에 출근한다고 했고,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8시48분이었다.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안정적으로 식사를 한다는 답변은 6.4%에 불과했다. 절반에 달하는 기사들이 ‘점심을 별도로 먹지 못한다’고 했으며 근무시간에 잠시 짬을 내 배달음식이나 군것질로 끼니를 해결한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식사시간을 제외한 ‘휴식 시간’을 갖는다는 답변은 2.7%로 극소수였다. 택배 기사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28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의 한국인 하루 평균 7시간41분보다도 2시간 넘게 적다. 
 
이날 토론회에 나온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자영업 형태의 독립계약 노동자의 증가는 해당 직종의 노동시장 비용을 외부와 개인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특히 택배 산업의 경우 지난 5년새 물량이 5억개 이상 대폭 증가했음에도 종사자의 현실은 열악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수고용 직종은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에서 배제돼 있어 사회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ateg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