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할당제 도입한 노조운동마저 유리천장”: 매일노동뉴스(11.28)

 
노동사회연구소·에버트재단 토론회에서 지적 … “여성노동자 외면하면 위기 극복 못해”
 
 
노조운동조차 유리천장을 깨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할당제가 도입됐는데도 대의원·중앙위원을 맡은 여성 간부가 많지 않고, 역할도 대부분 홍보·교육·총무에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다. 여성노동자를 끌어안지 않으면 노조운동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와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골든브릿지빌딩 교육장에서 ‘생애주기별 여성노동자의 노동조합 참여 연구’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구는 올해 8~11월 양대 노총과 미가맹 노조 여성활동가 24명을 면접조사한 결과를 기초로 했다.
 
“여성조합원 증가하는데 여성간부 규모 제자리”
 
윤정향 연구소 연구위원(책임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여성의 노조활동 참여를 위한 주요 제도로 여성할당제가 도입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고 밝혔다. 윤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여성할당제 요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두되다 97년 외환위기 무렵 제도화가 추진됐다. 전교조가 2001년 도입했고, 한국노총은 2006년 제도화했다. 그는 “여성할당제 기대효과는 여성노동자의 관리자·임원 진출, 의사결정구조 결합, 여성 평조합원의 노조활동 증가, 노조 내 성평등 달성일 것”이라며 “여성 숫자만 채우려는 기계적 할당에 머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의 경우 여성조합원은 2006년 13만4천618명(15.4%)에서 지난해 16만9천562명(17.9%)로 3만4천944명(2.5%포인트) 증가했다.<표 참조> 그런데 같은 기간 대의원은 113명에서 103명으로 오히려 줄었고, 중앙위원은 11명에서 12명으로 1명 늘었다.
윤 연구위원은 “여성간부가 여성조합원 비율에 미치지 못하는데 왜 그런지에 대해 전체 노조 차원에서 의제로 다룬 적이 없다”며 “여성할당제를 통해 임원으로 선출돼도 이들의 역할은 주요 정책과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성임원을 '꽃'이나 '술상무'로 대하는 태도마저 나타나는 실정이다.
 
가부장적인 노조문화, 노조운동 위기로 나타나
 
면접조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잇따랐다. 여성간부 역할이 고착화돼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면접자들은 사업의 주요한 부분은 소수 엘리트 남성이 독점하고 여성은 주로 선전·교육·총무 일을 맡게 된다고 말한다”며 “이런 현상은 한국 사회에서 일반적인 유리천장이 노조 내에서도 별다른 고민 없이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여성활동가의 역할을 가로막는 요소로는 성차별과 출산·육아로 인한 불이익, 남성 중심 산업현장 문화, 여성위원회·여성부서의 주변화가 꼽혔다. 노조운동 위기가 외적 요인만이 아니라 여성노동자 '소외'나 '주변화'라는 내적 요인에서도 비롯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 가부장적인 문화가 노조운동에 이식돼 ‘함께하고 싶은 운동’이 아니라 ‘떠나고 싶은 운동’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윤 연구위원은 "제도적으로 여성할당제가 긍정적 효과를 내도록 예산·인력 확보를 비롯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며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전체 비정규직 중 여성이 55.1%에 이르는 만큼 비정규직 노조 권한을 확대하고 조직률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특히 “노조가 젠더와 노동에 대한 생애주기적 시각을 갖는다면 정규직·비정규직이 서로의 의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지하며 연대를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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