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진입한 돌봄시장, 이직률 무려 40%: 매일노동뉴스(11.24)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여성 돌봄노동자들 … '공짜 서비스·단순노동' 폄훼 이중고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10명 중 9명이 여성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돌봄서비스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돌봄노동의 가치는 저평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노인과 장애인·산모 등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돌보기 위해 육체노동뿐만 아니라 감정노동까지 감당해야 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이라고 폄훼하는 시선은 덤이다. 국가의 공적 재원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노동시장이지만 고용과 생계보장이 불안한 전형적인 저임금 노동시장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한 달 115시간 일해도 월급은 고작 87만원=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원회관에서 개최된 '2016년 사회서비스 4대 바우처 노동실태조사 토론회'에서도 돌봄서비스 종사자들이 저임금과 고용불안, 감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회서비스 4대 바우처 사업영역은 노인돌봄서비스·장애인활동보조지원·가사간병서비스·산모신생아도우미서비스를 말한다.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8월1일부터 9월23일까지 돌봄서비스 노동자 5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2.7%(482명)가 여성이고, 여성 기혼자가 69.2%(360명)였다. 응답자의 3분의 2가 돌봄노동을 통해 가계 생계를 꾸려 나간다고 답했다.
돌봄노동자들이 하루 7시간, 한 달 평균 115.8시간을 일하면서 손에 쥐는 돈은 평균 87만1천원에 불과했다. 하루 7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월 113만원을 받아야 한다. 노동자들이 최저임금보다 26만원을 적게 받고 있다는 뜻이다.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낮은 임금은 높은 이직률(40.3%)로 이어졌다. 윤 연구위원은 "40%가 넘는 이직율은 일반적인 노동시장 특성으로 접근하면 매우 불안정한 일자리"라고 지적했다. 이직 사유로는 낮은 임금(28.7%)이 1순위에 꼽혔고 일거리·임금 불안정(14.6%), 건강·육아 등 개인적인 이유(10.8%)가 뒤를 이었다.
감정노동도 상당하다. 2012년 이후 서비스 제공기관이 지정제에서 등록제로 기준이 완화되면서 기관 간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이용자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들어줘야 하는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 돌봄노동자는 "아침부터 소주 2병만 사다 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받는다"며 "'술은 못 사다 드린다'고 해도 계속 전화나 문자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 서비스 제공기관 관계자는 "관리사님(노동자)한테 '그냥 되도록이면 (이용자에게) 맞춰서 해드리라'고 말한다"며 "기관이 많으니까 이용자의 과잉요구도 웬만하면 들어주도록 한다"고 말했다.
업무와 비업무 간 경계를 구분 짓기 어려워 과잉노동이 상시화됐다. 한 산후관리사는 "퇴근 시간에 거의 퇴근을 못한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6시까지인데 칼퇴근하면 이용자가 싫어한다"며 "조금 더 해주는 건 괜찮은데 조금 덜 해주면 바로 사무실로 전화가 온다"고 말했다.
 
◇"돌봄노동자 소득지원 정책 필요"=전문가들은 정부가 책임을 갖고 돌봄노동자들의 처우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연구위원은 "돌봄노동자들은 불규칙적이지만 한 달 평균 110시간 정도 일하면서 평균 87만원 수준의 급여를 받는데, 이는 생계를 유지하거나 노후대책을 마련하기에는 매우 적은 액수"라며 "전반적으로 돌봄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소득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서비스 수가에 적정 수준의 노동자 임금을 반영하는 식으로 수가산정 방식을 체계적으로 재정비하고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송유정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정책위원장도 "매년 최저임금은 인상되고 있지만 수가는 10년간 고작 2천원 인상에 그쳤다"며 "기관들이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등 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정수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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