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최저임금' 효과도 없고 부작용만 큰 것인가?

 
 
-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
 
최근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저임금과 사회보장지출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임금격차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기업규모별 임금격차는 최근까지 계속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상위 10%가 임금인상 자제뿐만 아니라 임금체개 개편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왜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렸는데 소득격차 개선이 크지 않을까? 이런 의문에 해답으로 상위 10%가 임금이 많아서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승·전·노동개혁의 또 다른 버전이다.
이 주장을 하며 통계 수치 착시현상을 위해 비교 기간을 다르게 하고, 사회보장 지출이 꼴찌라는 사실과 최저임금이 OECD 평균에 못 미치고, 룩셈부르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혹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상쇄된 것은 어떤 이유일까 더 많은 합리적 의심을 했어야 한다. 
2000년 최저임금이 1인 이상 고용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될 당시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노동자는 2.1%였지만, 최근 18.2% 수준이다. 비정규직, 간접 고용의 확대와 원하청간 불공정거래로 최저임금에 걸려 있는 노동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저임금 수혜 대상 노동자 약 340만 중 200만 명이 최저임금도 못 받고 있다고 한다. 노동부는 이것부터 반성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저임금과 복지지출을 확대하지 않았으면 소득 격차는 지금보다 훨씬 더 벌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왜 하지 않는 것일까?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꼬리를 내리기는 했지만 최저임금을 9,000원의 효과를 내겠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까지 정의당은 2019년까지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각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만 이런 주장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득을 높이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우리나라만의 이슈가 아니다. 아직도 재벌 낙수효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분들이 그토록 닮고 싶어 하는 많은 신자유주의 신봉 국가들에서 더 앞서 이슈화 되었고, 다수의 국가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 저성장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고, IMF도 이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며 부작용으로 편의점과 하청 말단 기업의 도산을 이야기한다. 
먼저 편의점 이야기를 해보자. 아르바이트 임금도 감당하기 힘든 편의점이 대부분이라 최저임금을 조금만 올려도 편의점 운영을 포기할 것이라는 주장이 많다. 퇴직금에 대출까지 받아서 편의점주들은 인테리어 비용도 못 건지고 파산할 것이라고 한다.
최근 편의점 빅4의 점포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위해 점포수를 경쟁적으로 늘린 결과다. 거기에 1인 가구 증가와 소비여력 축소 때문에 백화점, 대형마트 매출 축소가 편의점 전체 매출과 점포당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는 더욱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려간다. 점포수가 곧 매출 경쟁과 이윤율 극대화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점포가 문을 닫는 것을 본사가 그냥 지켜만 보고 있을까? 아니다. 점포가 문 닫지 않을 만큼의 수익을 보장해 줄 수밖에 없다. 현재 점포 수익의 약30%~35%를 본사가 가져가고 있다. 수수료율 조정, 공급물품단가 조정을 통해 점포수를 유지할 것이다.
 
다음은 하청 말단 기업을 살펴보자. 하청 말단 기업의 상당수가 최저임금으로 버티고 있다. 자동차 원청들은 하청 기업의 제조원가를 부처님 손바닥 보듯 훤하게 꿰고 있다. 그래서 하청 기업의 수익률이 오르면 단가 조정을 통해 그 수익을 뺏어가기도 한다. 일부 기업이 아니라 모든 하청 기업의 최저임금이 동시에 오르면 납품 단가의 조정을 통해 하청 기업의 도산을 막아야만 생산 차질을 피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핸드폰을 비롯한 전자회사도 그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 인상은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 효과가 크지 않았던 것은 함께 추진해야 할 정책들이 같이 가고 있지 못하고, 최저임금 절대액이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이어질 만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소득 격차 해소로 이어지도록 하려면 같이 가야 할 정책들이 있다. 제일 먼저 비정규직, 간접고용 축소와 차별 시정,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관철,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근절이다. 여기에 카드 수수료 인하, 임대료 인하, 생활임금제 확대와 시중노임단가 실질 지급, 최저임금제와 연동한 최고임금제 등이 결합할 때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각 당 총선 공약과 여소야대로 노동자의 기대 수준은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위해 최저임금 대폭 인상” 발언 때보다 더 높아져 있다는 것 말고는 올해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최저임금위원회 협상이 예상된다.
매년 똑같이 되풀이되는 사용자위원들의 주장이 이어질 것이다. 모든 지급금품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자, 경비·택시 같은 업종은 다시 제외하자, 산업별 지역별 최저임금을 달리하자, 수습직원의 최저임금 미적용 기간을 늘리자, 최저임금을 3년에 한 번씩만 올리자, 심지어 최저임금위원회는 논의만 하고 결정은 정부가 하도록 하자까지 또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지루한 논쟁 후 시일을 넘기며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이다. 최소한 최저임금법에서 정한 목적까지 망각하거나 부정하지는 말고 논의했으면 한다.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재편으로 이어져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종과 심지어 사라질 업종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안 한다고 사라질 업종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시기만 조금 당겨질 뿐이다. 인상을 반대하기보다 사라질 업종 사업주와 종사자를 어떻게 시장에 재진입 시킬 것인가를 논의하자. 최저임금 사각지대를 없애고 농업, 가사노동에서도 최저임금을 적용하자.
 
어려울 때가 변화의 기회다. 저성장의 늪으로 더 깊이 들어가기 전 내수 비중을 높이고, 소득주도형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가장 아래에서부터 소비 여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자.
또 하나의 바람은 18.2%의 최저임금 수혜 대상 노동자들도 노동조합을 조직하고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자신의 근로조건을 당당히 개선해 가는 날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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