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기울어진 저울, 바로 잡기/노광표

 
-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roh4013@hanmail.net)
 
 
한 동안 잠잠했던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한국 노사관계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불인정 방침이 그것이다. 전교조 활동에 대한 찬반 논란이야 숱하게 있어왔기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은 전교조의 설립 취소 문제이다. 1970∼80년대 군사정권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역사의 시계바늘은 퇴행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누구는 반문한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조직 아닌가, 노동자 스스로 노조를 해산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노동조합이 아님을 결정할 수 있냐고?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부도 이런 무모한 일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정부는 노동조합법 시행령 9조 2항에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신고제인 노동조합 설립이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음을 무수히 봐 오지 않았는가? 청년유니온과 전국공무원노조처럼 노조설립신고 제도를 악용하였듯이 이제는 10여 년 동안 버젓이 활동하고 있던 노동조합의 생명을 한 순간에 빼앗아 갈 모양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는 그 최종시한을 10월 23일로 통보한 상태이다. 전교조는 다시 14년 만에 ‘법외노조’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슨 이유로 전교조의 노조 설립을 박탈하려고 하는가? 고용노동부는 9월 23일 전교조에 보낸 공문에서 “오는 10월 23일까지 해직 교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고 있는 규약을 개정하고, 간부로 활동하는 해직 교원 9명을 탈퇴시키지 않으면 ‘법외(法外)노조’ 통보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전교조 6만 명의 조합원 중 해직 교원 9명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노동조합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태도는 현행 교원노조법을 그대로 따른 것이므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교원노조법 2조는 현직 교사만 조합원이 될 자격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노조 박탈 조치는 형식 논리에 매몰된 반(反)노조 정책이며, 국제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 악법의 준수를 강요하는 것이다. 먼저, 교원노조법 2조가 현직 교사만 조합원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해직 교원 또한 특정 학교에서 해고됐더라도 엄연히 ‘교원 자격’을 갖고 교육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백보 양보하여 해직 교원이 포함되어 전교조가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고 해도, 그 조치가 노조 자체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과잉조치이며, 교각살우(矯角殺牛)이다. 6만 명의 조합원 중 해직 교원 9명은 0.015%에 불과하다. 
 
둘째, 교원노조법에 명시된 해직 교원의 노조 배제는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0월 1일 “해직자들이 조합원이 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법률 조항은 결사의 자유 원칙과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이다. 노조설립 취소 통보의 심각성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정부의 입장을 신속히 보내 달라”는 공문을 한국정부에게 전달했다. 또한 10월 4일 OECD 노조자문위원회(TUAC)와 세계교원단체총연합회(EI)는 공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교조 설립취소를 중단하라는 항의서한을 보냈다. ILO와 OECD의 행동은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입장에 부합한다.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의 재량에 따라 정할 문제이지 행정당국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다수 국가들의 교원노조들은 정규직 교사뿐만 아니라 은퇴자, 실업자, 예비교사, 해고자 등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주고 있다. 전교조의 요구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동권의 가장 기본인 단체결성권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교원노조를 포함하여 공공부문노사관계에 있어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일부 국가들이 있지만 단결권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는 없다. 전교조의 법외노조화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현 정부의 반(反)노동정책의 상징이 될 것이다. 
 
전교조는 이번 조치에 항의하며 위원장이 1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으며,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연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교조는 노동부의 시정명령과 규약개정 요구를 거부하고 결사 투쟁을 통해 노동조합을 지킬 것을 결의하고 있다. 한편 800여 개 범시민사회단체들은  10월 8일 정부의 전교조 설립취소 위협에 맞서 ‘민주교육수호와 전교조 탄압저지 긴급행동(긴급행동)’을 출범하였다. 
 
현재의 상황은 마주 보며 달려오는 기차처럼 공공부문 노사관계 및 노정관계의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갖고 있다. 정부는 전교조 설립취소 방침을 거두고 교원노조법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하는 개정 작업에 나서야 한다. 노사관계 선진화의 시작은 상대방의 인정이다. 노동조합의 실체를 부정하는 조건에서 공공부문노사관계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 
 
정부는 노사관계에 있어 스스로의 역할을 뒤돌아보아야 한다. 교원노조가 합법화 된 지 벌써 14년이지만, 노사간 중앙단체교섭은 2002년 이후 중단된 상태이다. 정부는 교원노조를 파트너가 아닌 ‘기강 확립, 지시 명령관계’에서 상대하고 있다. 정부는 교원노조를 포용하기에 앞서 노조 배제적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런 태도는 교원노조의 저항을 누그러뜨리기보다는 노정간  갈등을 증폭시켰고 노사 쌍방 간 신뢰를 깨뜨리는 결과를 가져왔음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전교조와 전공노의 불인정은 공공부문노사관계의 불구화(不具化)를 뜻한다. 사용자인 정부에게 지나치게 기울어진 공공부문노사관계법의 저울을 바로 잡을 때다. 공정한 게임 규칙은 마련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와 교원노조는 적대관계가 아니다. 서로 손잡고 무너져 가는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할 파트너이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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