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의 창]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정부와 기업/나현필

- 국제민주연대 나현필(redleon@naver.com)

박근혜 정부 들어서 국제 노동계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가 노동조합에 가하는 탄압에 매우 깊은 우려를 보내고 있다. OECD회원국인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 아직도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을 행사하면서 무엇이 합법 파업인지를 알려달라고 하는 이 시대에, 국제사회는 기업에게 노동3권을 넘어서 노동권을 포함한 보편적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음을 천명하고, 정부로 하여금 기업이 인권을 존중하도록 모든 조치를 다하라고 권고하는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다. 
 
다국적기업이 국가를 넘어 엄청난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에, 기업의 인권침해를 어떻게 예방하고 인권침해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지는 국제사회의 오랜 과제였다.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하는 기업에 비해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은 사법관할권이라는 벽 앞에서, 그리고 효과적이지 못한 사법제도 아래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1970년대부터 UN차원에서 다국적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왔다. 선진국과 개도국이 이 문제를 놓고 대립하면서 UN차원의 대안마련은 지지부진했고, 2000년대 중반까지 ILO와 OECD를 중심으로 관련 국제기준과 선언이 마련되는 등의 성과는 있었으나, 효과적인 국제기준이 마련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제3세계에서 부패한 정권과 결탁한 기업들의 개발사업으로 인해 주민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고,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노동권이 탄압받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UN은 결국 2011년 총회에서 기업과 인권에 대한 이행지침(UN Guidl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을 통과시키게 된다. 비록 구속력 있는 조약은 아니지만 국제사회가 기업에 대해서도 인권을 존중할 것을 천명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기업에 의한 인권침해가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할 과제로 확립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실제로, EU국가를 중심으로 이 이행지침에 따른 법제 개선을 시작하고 있으며 전 세계 국가인권기구(한국은 국가인권위원회)들도 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기업과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매우 동떨어져 있다. 한국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갈수록 확대되는 상황에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는 국제사회에서 심각하게 회자되고 있다. 2013년 10월에는 UN인권시스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8개 영역의 특별보고관들이 포스코의 인도 제철소 사업의 인권침해에 대해 우려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특별보고관들은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인권 보호조치를 촉구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 조폐공사는 우즈베키스탄에 면화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은 목화 수확에 아동노동을 동원하여 국제적인 캠페인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우즈베키스탄 아동노동에 협조하는 대우인터내셔널을 대상으로 보이콧 캠페인을 전개하고, 나이키는 최근 대우가 생산하는 신발을 손질하지 않겠다고 결정해 대우는 부산의 신발공장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아동노동을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프랑스 시민단체로부터 제소를 당했으며, 브라질에서는 가혹한 노동으로 인해 브라질 당국으로부터 제소를 당한 상황이다. 우리는 한국기업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공동대응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국내에서 노동3권마저 부정하는 구시대적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포스코 사례의 경우, 정부는 포스코에 대한 UN특별 보고관들의 우려에 대해서 UN의 공식의견이 아니라고 폄훼하면서 한편으로는 사기업의 투자에 대해 한국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작 포스코 회장 선출과정에는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한국정부가 ILO핵심협약도 인준하지 않고,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해야 할 국가연락사무소를 파행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UN의 우려까지 묵살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를 외면하는 한, 투자자와 소비자들에게 한국기업은 문제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이런 것이 창조경제는 아닐 텐데 말이다.
 
수출과 자원개발이 국가 경제정책의 중요한 축이라면, 국제사회가 어떤 기준을 요구하는지 살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일 것이다. 우리는 단지 싸고 좋은 제품이 아니라, 인권침해 논란이 없는 제품을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자원개발사업 역시 해당 정부에 얼마만큼의 리베이트를 잘 제공하는지가 아니라, 해당 지역주민들과 얼마나 잘 소통하고 지역에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지를 평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가 말리지는 못할망정, 기업의 인권침해를 묵인하고 부추기는 구시대적 행태로는 창조경제는커녕, 국격만 실추될 것이다. 한국정부와 기업은 지금이라도 국제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만큼의 기업의 인권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소의 창: